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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상영영화 정보 -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아이카키즈카 2009. 2. 23. 09:46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30대가 넘어가고 점차 고달파지면서 젊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10년만 젊었으면.. 하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그 추억에 젖고.. 그렇게 늙어죽을 때까지 종종 생각하는 것이 과거 젊었을 때의 추억이다. 그러나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에게는 늙어죽는다는 말이 맞지 않고, 과거 젊었을 때는 없다. 점점 젊어지면서 살아가는 사람. 바로 '벤자민 버튼'이다. 원작인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으로는 제목만큼 흥미롭지 않다는 생각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고 노골적으로 영화의 내용을 드러냈다. 원작은 단편집에 있는 이야기로, 장르는 블랙코미디. 그리고 무엇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브래드 피트'의 만남이 눈에 띈다. <파이트 클럽>을 보면 원래 브래드 피트는 없는 인물이었지만(에드워드 노튼만 있죠), 개인적으로 처음으로 이 잘생긴 배우가 연기도 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을의 전설은.. 생각이 잘 안 나서..) 보편적으로 나이가 들어가고 세월이 흐르는 이야기가 거꾸로 진행되는 이 신선한 소재는 감독과 배우까지 잘 만나 멋지게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젊어진다는 것이 좋은 것일까?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가 늙어가고 있는데, 나만 젊어지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여기 안타까운 사람이 한명 있다. 이름은 벤자민 버튼. 폭삭 늙은 얼굴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로원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친구로 삼고 자라는 아이. 정신은 7살인데, 외모는 70세 노인. 그러나 이 사람은 점점 젊어지고 있다. 80세를 삶의 기준으로 볼 때, 같은 또래의 사람과 만나는 시간은 불과 10년 이내. 이게 좋은 것일까?

 

병원에 누운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에게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의 일기를 읽어주면서 액자구성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1918년 1차대전 종전일, 버튼 집안에서 한 아이가 태어나고, 산모는 죽는다. 이를 참지 못한 아버지 토마스 버튼(제이슨 플레밍)은 아들을 한 양로원 앞에 버린다. 흉측하게 늙은 아이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퀴니를 아이를 받아들인다. 백내장, 관절염, 피부 탄력까지 없는 벤자민은 죽는 것이 운명인 점찍혔지만, 그는 점점 젊어지면서 주변의 친구들(?)이 죽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벤자민이 12살이 되던 해, 6살 어린 데이지(엘르 패닝)를 만나고, 그의 첫사랑으로 가슴에 자리잡게 된다. 그리고 17살이 되던 해, 벤자민은 더 큰 세계를 보기 위해 노인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바다로 나가게 되고, 거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나씩 하게 된다. 그 와중에도 그의 가슴 속에 첫사랑은 남아 있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데이지를 만나게 되는데...

 

  

 

 

     

   

 

    

<벤자민 버튼..>은 특별한 한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바로 나이를 거꾸로 먹는 역노화를 하고 있는 벤자민이 그 주인공이다. 소재만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판타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외적인 모습만을 제외한다면 영화는 지극힌 현실적인 드라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가는 방법이 반대일 뿐, 내적 성장은 일반 사람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인생의 굴곡을 그도 경험하고, 사랑도 하고, 첫키스,첫사랑의 추억 또한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 역시 그가 벗어날 수 있는 세계는 아니었다. 다만 늙은이로 태어난 그는 죽음이 주변에서 종종 찾아오는 불청객이고, 젊은 시절의 짐을 벗어던지는 방법을 남보다 먼저 배웠을 뿐이다. 영화는 이런 평범하지 않은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를 주제로 갖지 않고, 비범한 사람에게서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내는데 주력했다. <포레스트 검프>의 각본을 담당한 '에릭 로스'는 벤자민 버튼이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생과 그들에게 하나씩 배워나가고, 생의 기쁨과 죽음의 슬픔, 그리고 잃었던 사랑의 재만남 등 특별하지만 '보통 사람' 이야기를 하며, 표면적으로는 굉장히 이상적일 거 같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인생이 사람들과 다른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슬픔, 그리고 세월을 초월한 보편적인 인간 인생사를 보여주었다.

 

원작과는 다르게 엇갈린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 <벤자민 버튼..>은 서로 사랑하지만, 실제로 서로 사랑할 시간이 부족한 두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한쪽이 젊어지고, 한쪽이 늙어감에 서로 나이가 비슷해지는 시간에 나눈 그들의 사랑은 옆에서 보기에 안타깝고, 애잔했다. 그러나 그렇게 사랑의 결실에게 자신의 모습을 숨겨야 하는 벤자민을 보면 가슴이 쓰라렸다. 자신과 다른 정상적인 아이를 보는 그의 눈은 현재 여섯 아이의 아버지가 자식을 보는 사랑스러운 눈이지만, 점점 젊어지는 자신과 자라날 아이를 동시에 키워야 하는 아내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들은 전혀 느끼지 못할 아픔으로 브래드피트는 자기 연기 인생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벤자민 버튼..>은 인간이 인생을 순리대로 살든, 거꾸로 살든 살아가는 방법은 차이가 없다는 진리를 말하고 싶었다. 벤자민의 삶이 특별하면서도 공감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고, 영화 전체에 걸쳐 '정점'이라고 꼽을 수 있는 부분이 없었지만, 아버지와 처음 술을 마시고, 총각 딱지(!)를 떼고, 여자들을 사귀며,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은 우리들의 인생을 미리 보는 것처럼 친숙함(?)이 느껴졌고, 그래서 특이한 사람의 일대기지만, 현실적으로 드러났다.

 

 

 

 

벤자민 버튼을 연기한 브래드피트는 10대부터 80대까지 모든 나이대를 소화하며 여태까지 캐릭터 중에서 가장 방대한 역할로 관객을 찾아왔다. 브래드피트 자체의 비범한 매력이 벤자민에게 같이 드러나지만, 그러면서도 보통 사람으로 묘사하며 점점 관객을 주인공에게 동화시키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웠다. 강한 카리스마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않고, 오히려 덤덤하게 캐릭터를 자신의 인생의 한 부분인 것처럼 지나가는 듯한 연기에 놀랄 따름이었다. 브래드피트의 얼굴에 덧붙인 실리콘들은 <드라큘라><미세스다웃파이어>로 이미 아카데미에서 2번이나 상을 수상한 '그렉 캐놈'의 손을 거쳐 실제 브래드피트의 아버지보다 훨씬 늙어보이면서 티나지 않는 완벽한 노화된 모습이 감탄을 자아냈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모습은 점점 회춘하며 <가을의 전설>의 그 완벽한 꽃미남 모습까지 재연해내는데, 이 때 브래드피트 모습 실제 화면에서 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라. 피부며 스타일이며 90년대 아이콘인 브래드피트의 실체를 <벤자민 버튼..>에서 확인할 수 있으리라. 그와 더불어 젊음을 불태우는 열정적인 데이지 역에 케이트 블란쳇도 발레리나를 소화하며 벤자민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여성으로 분했다. 케이트 블란쳇 또한 20대부터 80세까지를 연기하며, 브래드피트와 함께 본인의 20년 전과 30년 후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사색적이고 침착하게 한 인간의 일생을 장대하게 담아냈다는 것에 만족했다. 여러 사람들의 영향을 받고, 상처를 받으며 삶을 사는 것에 초점을 두어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마냥 특별함이 없었는데,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특별한 경험만큼은 확실히 부각시켰다. 예인선이 해군선을 도와주면서 잠수함을 만나 총탄을 날리는 사건에서 어둠에서 날아오는 총알세례는 전쟁 영화의 그것을 능가했고, 특히 '상호작용'을 언급하며 데이지에게 일어난 사건을 이야기할 때는 깔끔한 편집과 짧은 호홉의 브래드 피트 내레이션으로 굉장히 숨가쁜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코트,전화,커피,이별,트럭,신발끈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결과로 이어지기 위한 특별한 상호작용이었음을 나타내는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빠른 화면과 더불어 브래드피트의 해설이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이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다. 물론 마지막에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의 일생을 한줄로 묘사하는 장면 또한 영화의 줄거리를 한꺼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최근 발표한 아카데미 후보에 무려 13개에 이름을 올렸다. 당연히 작품상,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비롯해 여우조연상, 각색,미술,촬영,음향,음악,의상,편집,분장,시각효과상이 그 후보다. 쓰고 보니 한 줄이 넘어갈 정도로, <반지의제왕:반지원정대>이후 오랜만에 13개 후보에나 이름을 올렸고, 큰 기대를 할 수 있게 됐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룬 <에비에이터>가 11개 후보에 올랐던 것처럼 딱 아카데미가 좋아할만한 스토리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특별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자못 실망으로 다가올 심산도 크다. 우선 '브래드 피트'라는 이름에서 오는 기대치가 그러하고, <세븐><파이크클럽>으로 이어지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전작이 그런 기대를 불러모으기 때문이다. 피트가 <바벨>로 변화를 시도했고, <조디악>이 한국 사람 입맛에 영 떙기지 않은 점은 이미 벌써 잊은 듯하다. 특이한 사람의 독특한 상상을 기대하였다면, 아카데미가 이 작품을 택했다는 것과 그런 것이 과연 자신의 영화 취향에 도움이 되나를 먼저 생각해보길 바란다. 무려 166분이란 긴 시간동안 한 사람의 일생을 유유하게 감상해야 하니까.

 

 

p.s 브래드 피트의 딸의 어린 역. 이 아이는 즉석에서 대타 출연한 브래드 피트의 딸 '샤일로'다. 자세히 보면 파파라치에 찍혔던 그 아이가 영화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30대 그들의수다
글쓴이 : 낭만늑대[김철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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