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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음악회에서 박수는 언제 치는가?

아이카키즈카 2009. 2. 14. 20:01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음악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석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공짜표가 생기거나 동원령에 따라

 

이때 음악을 잘 모르는 이에겐
-바로 나의 경우이다.ㅋㅋㅋ 아마 내 주변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박수치는 타이밍을 몰라서 객석 옆사람들의 행동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러나 무대나 객석이 조명조절하느라 어두어 지기도 해서 옆 부류의 표정이나 동작을 놓치는 경우도 많으니 사실 잘 살피기도 어렵다.

대개 아는 이의 음악회에 출석하게 되는데 기실 음악이야 노래방 창가(唱歌) 수준인 우리에겐 감상은 뒷전이고 이왕 온김에 박수라도 잘 쳐서 격려라도 표시해주고 싶은 맘이 앞선다

이제 끝나나 저제야 끝나나?
이제 끝일까?
요때쯤 박수치는 거 아녀? 하고 헤아려 보지만 당최 알 수가 있나. ㅉㅉㅉ

맘속으로 '지금이야!' 싶은데 두려움이 앞서 박수를 선도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치기 시작하고 다들 따라서 박수를 치게 되면 그때야 -에이, 내가 아까 먼저 칠걸! 폼나게시리.
하면서도 음악회가 다 끝날 때까지 종내 먼저 한번도 못치곤 한다.

 

옛날, 콩쿨대회나 악극단 성행하던 시절엔 '앙콜'대신에
"재청(再請)이요! 재청!"
"재창(再唱이요!"
"다 떨어진 구두창이오!"-이건 장난끼 어린 것이지만.- 하곤 했는데...

그랬던 그 시절이 그립다. 것도 아주 많이.


쓰잘데기없는 얘기는 이만 접고......


그렇다면?


 

 

 

 


All the Way Back Home [LP Version]

 

♬♪음악회에서 박수는 언제 치는가?

 

 

                


 

최근 우리 주변에 좋은 연주회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수준높은 음악회도 많이 열리고 있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연주회장 분위기와 우리 청중들의 감상수준은 과연 비례하고 있는지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예의는 상식과 겸손에서 나온다. 최근 들어 사회 곳곳에 무례함이 판을 치곤 하는데, 연주회장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어떤 모임에 참석하든지 그 행사의 성격, 장소에 따라 갖추어야 하는 예절이 있다.


이는 상식에 속하는 것으로 연주회의 경우 연주되는 음악에도 종류와 장소에 따라 그 예절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클래식 음악의 연주회장을 예로 들어 보겠다.


음악회에서 청중들이 이끌어 가는 요소 중 가장 큰 영향력은 바로 박수이다.


박수에 의해 그 연주의 성공 여부가 결정 된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그 박수에 따라 연주자가 흥분하기도 하고, 격려와 위로도 받으며 또한 좌절도 겪게 된다.

 

 


 

이처럼 박수는 연주자에 대한 존경과 찬사와 감사, 그리고 격려의 표시인 것이다.


그럼 박수는 언제, 어떻게 쳐야 하나?


음악회에서 잘못된 박수로 연주자는 음악의 흐름이 끊겨 당황해 하고, 청중 또한 부끄러워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연주회에서의 모든 행동은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연주와 음악을 방해할 수 있다.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조차 방해가 된다는 것을 음악회에 가 본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하물며 박수는 어떻겠는가?


박수는 올바로 사용하면 '좋은 무기'가 되지만 잘못 사용되면 무서운 '흉기'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수를 언제 쳐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가장 좋은 것은 연주회 순서가 적혀있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는 연주회 순서와 발표될 곡들이 적혀 있는데, 일반적으로 몇 단락으로 나뉘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스테이지(stage)'라고 하는데, 연주자가 이 한 스테이지를 연주하고 무대 뒤로 들어 갔다가 다시 나와서 또 한 스테이지를 연주한다.


보통 4~8 스테이지로 구성되고, 연주곡과 연주회 종류에 따라 가감될 수도 있지만, 박수는 일반적으로 이 한 스테이지가 끝날 때 쳐야 한다.


기악곡의 경우 한 스테이지가 심포니나 소나타 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곡들은 3~4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아무리 길어도 전체가 한 곡이다.


그러므로 각 악장마다 박수를 치는 것은 음악을 방해하는 행위다.


가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거나 기악곡 소품을 모아 연주할 때, 연주자들은 많은 연구를 통해 하나의 스테이지가가 짜임새 있도록 음악적 통일성과 분위기를 고려해 구성한다.

          

          

 

그렇기에 한 스테이지 동안 단 한곡이 끝나더라도, 그 다음 곡과 음악적 분위기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연주자는 계속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이 때 박수를 치게 되면 음악적 흐름이 끊어지고, 연주자의 집중도 흐려지게 된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 는 24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간혹 연주자 사정에 의해 두 스테이지로 나누어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24곡 전부를 끊지 않고 불러야 함이 정석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 청중들은 24곡 전부를 듣고 난 후 박수를 쳐야 한다.


간혹 한국 가곡이나 잘 알려진 곡이 연주될 때, 자기가 아는 곡이 끝나면 스테이지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자신 있게 박수를 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연주자의 의지까지 무시하는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1970~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청중들은 매우 겸손했다. 연주곡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연주자의 끝났다는 몸놀림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배려가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와서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서인지 곡의 마지막 음이 한마디 이상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이에 뒤질 새라 덩달아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연주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나 배려는 하나도 없이 말이다.


이 얼마나 큰 무례함인가? 자고로 연주를 감상 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자 입장에서 감상해야만 한다.

 

 


 

연주자는 마지막 음을 ppp(pianissimo possibile, 가능한 한 여리게)까지 끌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집중하고 있는데, 어디 박수 소리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런 면에서 마지막 음의 잔향이 사라질 때까지 들어 주고, 연주자가 몰입하고 있던 긴장을 풀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바로 음악회 박수 예절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박수는 정중해야만 한다.

물론 좋은 음악과 연주에 감탄하여 큰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지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예의를 갖추어서 정중히 해야만 한다.

언제부턴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기 지도교수의 연주에도 휘파람 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연주자의 입장에서 볼 때 휘파람은 존경이 아닌 야유의 표시로 들린다.


따라서 박수만으로는 부족한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을 때는 "브라보(Bravo)" 라고 외치면 된다.


여자에게는 "브라바(Brava)", 복수로는 "브라비(Bravi)" 라고 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브라보(Bravo)"를 사용된다. 계속해서 더 듣고 싶을 땐 '앙코르(Anchor)'를 외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연주자들의 마음에는 뿌듯함과 함께 기쁨이 넘쳐날 것이다.


물론 이 때에도 정중함이 기본임은 두말 할 나위 없지만….


지금까지 말한 이런 기본적인 예절만 잘 지켜져도 연주회 분위기는 한결 좋아 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연주자는 더 좋은 연주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연주자와 청중이 하나되는 음악회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청중 한명 한명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는 어려운 수학공식이 아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덧셈 뺄셈과 같은 쉬운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에 중점을 두는 것 이것이야 말로 연주회를 몇 배 더 만끽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지혜련(성신여대 음악대학 강사)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山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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