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원 대의 주식 부자 된 박성득 씨
숱한 실패 딛고 독학으로 주식에 눈 떠
15세부터 일식집에서 요리사 보조로 사회생활을 시작, 현재 전업 투자가로 100억 원 대의 주식 부자가 된 박성
득 씨. 그는 오로지 독학으로 주식과 경제를 깨우쳐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 / 출처:조선일보DB
개인 투자가인 박성득(49) 씨는 올 상반기에 현대약품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그는 취득한 주식은 현대약
품 주식의 16.89%로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언론의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2005년 말까지만해도 그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무명의 개인 투자가에 불과했으나 제약업계에서 주목받는 알짜기업인 현대약품의 ‘1대주
주’에 오르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게는 그 흔한 사장이나 회장, 고문 같은 직함이 없다. 마땅한 직함이 없으니 뭐라 호칭하기도 곤란한 상황
이다. 그래서 인터뷰 과정에서는 그냥 ‘박성득 씨’라는 존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가 주식에 눈을 뜬 것은 1985년 무렵이니 주식 투자 경력은 올해로 20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을
주식과 함께 울고 웃었다. 일찍이 일식집 요리사로 출발, 부산지역은 물론 전국의 이름 깨나 알린 식도락가들
이 알아주는 대형 일식집 ‘대어’(부산 범일동 소재)의 경영자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세상은 그에게 ‘주
식 투자가’로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주식에 입문하면서 그는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
이 겪었고, 실패와 인고의 세월이 더 길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한답시고 재산도 숱하게 날렸다. 하지만 그에
게 실패는 희망을, 위기는 기회를 의미했다.
현재 박성득 씨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현대약품 외에도 LG텔레콤, 동부한농화학, 광진실업 등 하나같이 알
짜기업이라고 소문난 기업들이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시가총액을 다 합치면 100억 원대가 넘는다.
그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일식집을 직접 운영하다가 올 초부터 전업 투자가로 나섰다. 세간에 성공적
인 주식 투자로 유명세를 탄 김용범, 박영옥, 박기원 씨 등 소위 ‘수퍼 개미’들이 증권가 출신이거나, 상당한 자
산가였던 것에 비해 박성득 씨는 무일푼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일식당을 경영하면서 오로지 독학으로 성공한
투자가 대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에게 자신의 주식 투자 철학과 원칙을 들어 보기 위해 인터뷰 요청을 했다. 증권가에서 워낙 유명세를 탄 인
물이라서 혹시나 거절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그와 통화를 하며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에게 연락하자 뜻
밖에도 그는 “지금 당장 서울로 가겠심니더! 서울서 보입시더!”라며 전화를 끊었다. 정확히 다섯 시간 후 그는
서울 광화문에 나타났다.
주식 투자를 통해 상당한 부(富)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여유와 풍요가 넘치는 인상이겠거니 하는 선입관을 가지
고 악수를 나누었는데, 그의 말과 표정에는 ‘여유와 풍요’ 보다는 긴장감이 흘렀다. 그는 마치 전투에 나서는 지
휘관처럼 비장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서울로 달려온 것은 ‘언론을 타보려는 욕심’ 때문이 아니라, 주식투
자를 하며 그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말을 속 시원하게 털어 놓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투자 초보 시절
15세부터 일식집에서 요리사 보조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성득 씨는 착실하게 경험을 쌓아 일식집 요리사가
됐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형 일식집 사장이 돼 직접 경영을 하게 된다. 그의 ‘투자인생’은 27살 때부터 시작
됐다. 처음 도전한 분야는 부동산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부동산은 그와는 인연이 멀었다. 남들은 부동
산으로 쉽게 다섯 배~10배 남기는 장사를 했다는데, 그는 기껏해야 두 배 정도 남기거나 원금만 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가 주식 세계에 입문한 것은 1985년 말.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 없이 시중 소문을 듣고 테마주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를 반복하며 계속 고배를 계속 마셨다. 한 마디로 “거덜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외환위
기 때는 투자했던 자금 100%를 속수무책으로 다 날렸다.
그가 주식 투자에 몰입해 있을 무렵, 증권가에서 날리던 유명 에널리스트가 그가 운영하던 일식집에 자주 찾아
왔다. 그는 그때 유명 에널리스트에게 들었던 조언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 에널리스트 분 하는 말이 ‘지금 경영하는 일식집을 최고라고 생각하듯이, 이 나라 주식시장에서 최고라고
평가되는 삼성전자와 SK 텔레콤 주식을 산 다음 주식 전광판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고 5년 만 기다려 보세요.”
그는 이 말을 귀 담아 듣지 않았다. 아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었다.
박 씨는 “당시 내가 일식집에 투자한 자금이 20억 원이었는데 이 돈을 일식집 대신 삼성전자와 SK 텔레콤에 투
자했더라면, 지금쯤 그 돈은 2,000억 원이 넘었을 것”이라며 “그때 그 분의 조언을 따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
면 지금도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사업으로는 남부럽지 않게 성공했는데, 왜 주식투자에서는 실패만 반복하는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더욱 맹렬히 주식에 더욱 매달렸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쓰디쓴 패배뿐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당시엔 기업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재무제표 보는 법도 몰랐어요.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나 원칙 같
은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해당 기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주식을 사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하는데, 그런 초
보적인 상식도 모르고 ‘묻지마 투자’를 했으니….”
그는 실패 사례를 철저히 분석하며 자기변신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없고, 강의를
들은 적도 없어 순수하게 독학을 한 셈이다. 그는 증권 투자관련 서적이나 증권 전문가의 강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분봉 차트 활용법이니, 이동평균선 분석이니 하는 이름도 복잡한 주식 분석방법은 일반인들에게는 너
무 어려운 이야기였다. 대신 그는 고통스런 실패의 경험을 복기하며 주식의 본질에 한 걸음씩 다가가기 시작했
다. 그것은 주식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었다.
오늘 오르면 내일은 내리는 것이 주식 시장의 순리다. “차트 분석을 통해 주식 투자를 하라”는 말은 아침 먹은
후 점심 먹으라는 것과 같은 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는 주식 초보자들은 어려운 기술적 분석에 골몰할 것이 아
니라 주식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주식은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깨
우침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주식은 오르고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때로는 고수들도 실패를 경험합니다. 그런데 실패 과정에서 교
훈을 얻느냐, 못 얻느냐가 중요해요. 교훈을 얻는 사람은 동일한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않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투자 실패로 돈을 잃으면 만회를 해야 한다
는 생각에 사로잡혀 위험을 무릅쓰고 빚을 끌어다 투기성 투자를 합니다. 그 결과는 더 큰 실패로 끝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 실패를 되풀이하면서 ‘주식은 사기’ 라고 후회를 하는데, 실패의 고
통을 즐겨야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처절한 실패를 통해 ‘배우겠다’는 자세로 노력하면
신호가 오는 것을 느낍니다. 깨우침의 신호가….”
투자의 맹인, 드디어 주식에 눈을 뜨다
이런 아픈 과정을 겪으며 박성득 씨는 기업의 내재가치, 청산가치, 미래 성장가치에 눈을 떴다. 주식투자 초기
에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주식의 본질을 파헤칠수록 이 세 가지 요소는 주식의 알파요
오메가였다. 주식 투자가들이 진정으로 꿰뚫어 봐야 하는 것은 시황판이나 차트가 아니라 ‘투자의 기본’인 내재
가치, 청산가치, 미래 성장가치였다. 지금까지는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면서 투자를 했으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주식 투자의 기본'을 깨닫기 시작했다. 박성득 씨의 설명.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경험을 통해 주식 투자의 기본을 깨달으려 하기 보다는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얻으려고
달려듭니다. 일식집을 경영하다보면 언제 어떤 이유 때문에 적자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적자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투자 대상 기업에 접목시켜보니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아
주 유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주식투자 교훈을 한 가지 털어놓았다.
“주식은 투자한 기업이 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접근해야합니다. ‘주가가 올랐을 때 타이밍을 잡
아 잘 팔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주식을 해서는 절대 큰 이익을 얻을 수 없어요.”
외환위기는 박성득 씨에겐 뼈아픈 경험이었지만, 자신감을 얻는 기회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 주식에 자신감이
생기자 그는 1998년부터 다시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정말 투자다운 투자를 해보고자 굳게 마음
먹으면서….
기업 가치평가의 중요성을 깨달은 박성득 씨는 저평가된 가치주를 집중공략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첫 번째 대상은 중외제약이었다. 그는 중외제약 주식에 집중 투자하여 원금의 몇 배가 넘는 시세차익을 거두었
고, 대우증권으로 1,400%라는 ‘기적 같은’ 수익을 거두었다.
지금도 그는 자신이 ‘가치주’로 찍은 종목이 있으면 그 회사를 방문하여 재무, 회계 담당자와 만나 회사 재무제
표를 살펴보면서 회사 운영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공장을 직접 방문해 제조 과정을 견학하고, 그 회사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기도 하며, 서비스 상태도 점검한다. 또 ‘배의 선장’과도 같은 CEO를 만나 기업의 비전과 미래에
대한 열의를 살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고위 임원들이 자기 회사의 가치와 성장 가
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2005년 말, 투자의 결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는 주식 투자와 일식집 경영을 동시에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고 판단했다. 그는 일식집을 정리하고 전업 투자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그에게 있어 ‘대어’라는 일식
집은 자신의 청춘이자 분신이었기 때문에 일식집에서 “정(情)을 떼는 데” 3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박성득 씨의 투자 철학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성장 가치주에 투자한다”는 것으로 상징된다. 이런 투자 방법은
그만의 전매상품도, 새로운 방식도 아니다. 철저하게 내재가치를 따져 가치 있는 주식을 발굴해 매입하고
이를 오랫동안 보유하는 방식은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가 워렌 버핏의 전매특허처럼 되어 있는, 그리
하여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투자 패턴이다. 다 아는 방법을 제대로 실천하면 부자가 되지만 알면
서도 실천을 못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득 씨는 또 “주식은 한 쪽에서 벌면 다른 한쪽에서는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다 같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외환위기 후 IT벤처 붐이 일어나자 개인들이 코스닥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바람에 IT 거품이 심화됐고, 2000
년 들어 부풀대로 부푼 IT 거품이 꺼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이런 사례를 경험하며
우리 중산층들은 ‘주식은 도박’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 시작했다고 봐요. 국가가 국민들에게 ‘주식이란 이
처럼 위험한 것’이란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 국민들이 ‘주식’이라는 이름의 도박을 했던 셈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주식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온 국민이 ‘주식 갖기 운동’ 펼쳐야
박성득 씨는 우리나라 증시의 현재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었다면 종합주가지수가 3600포인트까지는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1200 포인트를 오르내리고 있는 현재 주가지수는 그가 생각하는 가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
하다. ‘남북 대치 상황’이란 요인이 약 1100 포인트를 깎아 먹는다고 감안해도 우리나라의 적정지수는 2500 포
인트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리나라 우량기업들의 주식 지분을 외국인들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
다는 점이다. 통계에 의하면 지금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고 있고, 일부 우량 기업들
의 경우 70% 가까운 지분을 외국인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박 씨는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우
량 기업들 주식을 우리 국민들이 소유하지 못하고 외국 자본에 헐값에 내놓게 된 것이 너무나 억울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다 해서 온 나라가 선진국이 된 듯이 잔치 분위기에 휩쓸린 적
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OECD 가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몰랐어요. OECD 가입으로
우리는 금융시장을 개방하게 됐는데, 그것은 수 천 년 벼르고 별러온 최첨단의 금융기법, 투자기법으로 무장한
고수들이 한국으로 쳐들어와 순진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점령하는 계기가 됐던 겁니다. 우리가 외국 금융자
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전에 정부와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경제교육, 주식투자에 대한 올바
른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켰다면 대한민국 알짜 우량기업 주식의 대부분은 지금도 우리 소유가 됐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 기업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 자본이 주식시장을 흔들어댈 때마다 헐
값에 내던져 오늘날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 우량기업의 주식 대부분을 외국인에게 넘겨주게 된 것입
니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국의 대표 금융기관인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70% 이상”이라면서 “이런 기업
을 어떻게 우리의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국민들이 은
행에 저축만 열심히 했지 가치 있는 기업에 주식 투자하는 데 눈을 뜨지 못한 결과라고 그는 진단했
다.
박 씨는 우리 증시가 외국 자본 덕에 대단히 취약한 상황이라면서 “그들이 보유한 주식을 다 팔고 돌아서면 우
리나라는 외환 유동성 문제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외환위기가 찾아올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만약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 팔 때 온 국민이 나서서 그것을 사 모아야 한다면서 ‘온 국민 주식 갖기 운동’을 제안했
다. 박성득 씨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주식을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 세상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있는데 이 두 체제의 진정한 차이
가 바로 주식입니다. 사회주의는 강냉이, 콩 등으로 공동 분배를 하지만, 자본주의는 주식을 통해 분배를 합니
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고, 특히 건전한 투자가들이 지금까지 많은 손해를 봤기 때문
에 오늘날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에게 잠식당해 ‘주식에 손대면 망한다’는 잘못된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
는 실정입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의 신무기인 주식 때문에 강대국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
무도 몰라요. 국민들이 우리의 경제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되찾아야 경제 주권을 외국에 빼앗기지 않을 수
있어요. 대한민국 우량기업 주식은 대한민국 국민이 소유하고 있어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고, 기업 성장에
도 도움이 됩니다. 우량기업의 주식을 우리 국민들이 광범위하게 소유하려면 국가와 언론이 나서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합니다.”
박 씨는 우리 국민이 우리 기업들의 주식 갖기가 왜 중요한지 내수 경기 문제와 연관시켜 설명했다.
“기업들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금액은 연간 10조 원 가량인데, 그 중 외국인들이 6조~7조 원을 배
당금으로 가져갑니다. 외국인들에게 돌아가는 6조~7조 원은 모두 본국으로 흘러가 그 나라의 경기를
진작시키는 데 사용되겠죠. 만약 한국의 알짜 기업들의 주식이 한국인 소유라면 그 배당금은 한국에
남아 국내 소비로 사용되기 때문에 내수경기가 원할해 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기업의 주식을
우리가 소유하면 내수경기 진작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박성득 씨는 또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조기 경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주변
에 접하는 모든 것이 경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경제를 친숙하게 대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떤 주식을 사라, 이런 종목이 돈을 번다고 가르치라’는 뜻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경제를
보는 시야를 넓혀주는 이야기를 해주자는 겁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위완화와 세계경제의 관계. 물가와 금리,
달러의 힘 같은 것들을 알려줍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는 뜻이죠. 이런
교육을 반복하면 우리 아이들이 올바른 경제 마인드, 투자 마인드를 가지고 외국의 전문가들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나이에 맞는 주식, 무게 있는 투자
박성득 씨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종목은 대부분이 제조업이다. 그는 요즘 각광 받고 있는 게임이나 영화
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 엔터테인먼트 같은 분야는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40~50대 사람들은 그 분야의 감각과 트렌드를 쉽게
따라 가기가 힘듭니다. 때문에 젊은이들이 투자하기에 적합한 분야라고 봐요. 저를 비롯하여 가장(家長)의 위
치에서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주식은 역시 제조업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엔터테인먼트나 바이오 분야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투자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고, 성공 가능성도
대단히 낮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10개 기업 중 8개는
퇴출당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득 씨에게 주식은 자식과 같다. 그는 “주가를 바라보는 마음과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심정이 거의 같
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약품은 내 자식”이라며 “앞으로도 5년 이상 애정을 갖고 지
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주를 소유하더라도 자기 회사라는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모 경제지의 한 기자는 박성득 씨와 인터뷰를 마친 후 ‘한국의 워렌 버핏’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박 씨는
“실제로 ‘한국의 워렌 버핏’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런 말 하면 큰일 납니다. 인생은 항상 초조하고 살얼음을 걷듯 조심스러운 것입니다. 인생이란 항상 겸손
하고 진실 된 삶이어야 합니다. 워렌 버핏이 최근 자기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큰 감
명을 받았어요. 나도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사회 시스템을 통해 돈을 벌은 만큼 돌려줄 의무가 있
는 거 아닌가요?“
그는 올 11월,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상세히 담은 두 권짜리 책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민구 월간조선 전략기획실 인턴기자 (pubmonth@chosun.com)
<박성득 씨가 제안하는 투자 10계명>
1. 주식을 고를 때는 현재보다 미래 성장 가치에 더 주목하라.
주식 가치를 평가 할 때 현재 40% 미래 60%의 비중을 두고 해라.
2. 해당 회사를 방문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해라.
긍지를 갖고 일하는 실력 있는 인재들이 있는지, CEO가 비전은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재무제표를
기본으로 분기별 실적의 내막을 직접 확인하라.
3. 자신과 어울리는 주식을 찾아라.
사람마다 맞는 음식이 다르듯 자신에게 맞는 주식을 찾아라.
4.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를 가려내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는 따로 있다.
5. 항상 경제 공부를 해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경제의 정보들을 접목시켜서 이해하고 생각하라.
6. 주식 초보자들이나 실패자들은 기술적 분석으로 절대 접근하지 마라.
7. 너무 조급하지 말고 길게 내다보고 투자를 해라.
10년 동안 고생해왔어도 1년 이면 만회하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투자다.
8. 거래량이 거의 없는 저평가 가치주를 주목하라.
외국인이나 기관이 투자하는 종목에 따라가기보다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된 종목에 관심을 가져라.
9. 주식 투자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해라. 부정적인 마음이 싹트는 순간 실패한다.
10. 보유한 주식은 내 자식처럼 생각하라.
전광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주인의식을 갖고 투자를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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